이유 2
파스타를 물에 넣고 그냥 가만히 두면 파스타는 서로 들러붙는다. 그런데 말입니다. 큰 냄비에 물을 가득 넣고 끓일 때도 역시 들러붙어요.
문제는 파스타에 있는 과도한 전분이 바로 물에 녹기 시작하면서 함께 굳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러한 전분을 헹궈서 희석하거나 충분히 익히면 전분이 굳어 이런 문제는 완전히 사라진다. 그래서 방법은 파스타 바깥층이 완전히 익을 때까지 과도한 전분을 헹구기 위해 첫 1~2분 동안 몇 번 저어서 파스타 면이 서로 붙지 않도록 한다. 그런 뒤에는 파스타가 뜨거운 물통에서 마음껏 수영하든 겨우 물에 덮이든, 전혀 들러붙지 않는다.
이렇게 이유 2도 해결.
이유 3
나는 몇 년 동안 파스타로 유명한 어느 식당에서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어떤 날에는 수백 그릇, 그 정도가 안된다면 아마 수십 그릇의 파스타를 만들었다. 정말 엄청나게 많은 양이었다. 나는 모두 끓고 있는 구멍이 6개인 57L들이 파스타 조리기 (pasta cooker, 파스타 쿠커)의 끓는 물에 파스타를 넣고 삶았다. 처음 삶을 때는 파스타 물이 맑다. 하지만 밤이 깊어갈수록 물은 점점 흐려져서 한밤중이 되면 거의 불투명해진다. 이 뿌연 전분이 섞인 파스타 삶은 물은 코스 요리사의 비밀 무기이다. 이 물에는 전분 알갱이가 섞여 있는데 이건 여러분이 소스를 걸쭉하게 하는 데 사용하는 옥수수전분 슬러리(slurry)에 들어가는 재료와 정확히 똑같다. 소스를 걸쭉하게 하는 것 이외에 전분은 또한 유화제 역할도 한다. 전분은 물리적으로 작은 지방 분자를 방해해서 지방 분자가 결합하는 것을 막는다. 이 말은 심지어 알리오 올리오 또는 카초 에 페페처럼 기름이 기본이 되는 소스에도 약간의 파스타 삶은 물을 넣으면 담백하고 크림과 같은 소스로 유화가 돼서 파스타를 코팅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며 훨씬 더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의미이다. 파스타 삶은 물은 소스와 면이 잘 어우러지도록 도와주는 파스타 계의 외교관쯤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이 말은 파스타를 많이 파는 식당에 간다면 밤이 늦을수록 소스 농도가 더 진해질 거란 뜻이기도 하다!
그런 논리에 따라, 우리의 목표는 물을 최대한 전분이 많게 만들어서 소스와 더욱 효과적으로 섞이게 하는 것이다. 2.8L에서 삶은 물과 1.4L에서 삶은 물을 따라서 살펴보았다. 나란히 두 가지 소스를 만들고 난 뒤 보니, 물을 조금만 넣고 끓인 파스타는 소스 농도도 더 좋았고 소스가 실제로 파스타에도 더 달라붙었다.
이유 3은 틀렸다는 게 확인되었다.
이유 4
나는 파스타를 적은 물로도 전혀 아무 문제 없이 삶을 수 있게 된 데에 완전히 만족해서 그 방법을 극한까지 몰고 가 보기로 했다. 파스타를 삶을 때 82'c 정도의 온도에서 단백질은 변성이 되며 전분은 효과적으로 물을 흡수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면을 계속 끓일 필요가 있을까? 나는 펜네를 냄비에 넣고 펜네 위로 물이 5cm 정도 올라오도록 부었다. 이는 파스타가 물을 흡수할 때 팽창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가스레인지에 올렸다. 끓기 시작한 뒤에 한 번 저어서 파스타가 서로 달라붙거나 냄비에 붙지 않도록 하고는 바로 뚜껑을 덮고 불을 껐다. 나도 솔직히 이 방법에 대해선 조금 회의적이었다는 걸 인정한다. 내 말은 파스타를 끓이지도 않고 삶아 낼 수 있을까? 만약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면 다시는 옛날처럼 삶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매달 가스비에서 몇 센트는 절약할 수 있을 거다. 그러면 더 이상 펜네를 아낄 필요도 없을 것이다.
타이머가 마침내 꺼졌을 때, 뚜껑을 열고 조금 찔러 보았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파스타는 익은 듯이 보였고 맛을 보니 완벽하게 알덴테였다. 성공!
여러분이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데 정말로 관심이 많다면, 내가 하는 대로 하면 된다. 냄비에 물과 면을 넣는데 이때 물은 반만 넣는다. 그리고 냄비에 물이 데워지는 동안 나머지 물은 전기 포트에 넣고 가열한다. 그러고는 전기 포트의 물을 냄비에 부으면 끓인 물이 된다. 이제 할 일은 냄비 안을 저어 주고 뚜껑을 덮고 기다리면 된다. 이제 여러분이 직접 해 보세요!
몇 가지 경고를 덧붙이자면,
생면으로는 이렇게 삶지 말 것.
생달걀 파스타는 흡수성이 너무 강하고 또, 달걀 단백질은 완전히 굳어야 조직이 생기게 된다.
아주 긴 모양의 파스타에는, 높은 냄비가 필요하다.
파스타가 삶아지는 동안 완전히 잠길 수 있도록 물을 충분히 넣어야 한다. 그래서 스파게티나 페투치네같이 길이가 긴 파스타의 경우 큰 냄비가 필요하다. 아니면 파스타를 반으로 잘라야 한다.
물에 소금을 넣는다.
어떤 사람들은 물에 소금을 넣으면 물의 끓는점을 높여 파스타를 더 빨리 삶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말은 믿지 말 것. 이렇게 해서 올릴 수 있는 온도는 기껏해야 0.3'c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크게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이제 알다시피, 끓는점도 필요 없게 되었다. 하지만 소금은 다른 이유로 필요한데 바로 파스타의 맛을 좋게 한다.
파스타 삶는 물에 기름을 넣어야 하나요?
어떤 요리책에서는 파스타 삶을 때 물에 기름을 조금 넣으면 파스타 면이 서로 붙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기름이 위에만 뜨는데 어떻게 이런 역할을 하겠는가? 나란히 두고 시험을 해보자. 아무리 기름을 많이 넣어도 결과는 똑같다. 하지만 표면에 있는 기름은 실제로 물이 끓어 넘치는 걸 말아 주는 역할을 한다. 파스타가 익으면서 점점 더 많은 전분이 냄비로 흘러나와 물의 점도가 올라가고 안정 기포가 훨씬 더 많이 생기게 된다. 기름은 물 표면의 장력을 깨뜨려 처음부터 이런 기포가 형성되는 걸 막는다. 물론 새롭게 개발한 끓이지 않고 삶는 방법으로 이런 문제는 고려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기름은 넣을 필요가 없다. 물을 따라 낸 뒤, 기름을 바르는 건 어떤가? 좋지 않은 생각이다. 물론 소스를 만드는 동안 서로 달라붙는 걸 막아 줄 수는 있지만, 소스가 면에 달라붙는 것도 막는다. 파스타에 소스를 바르려면, 소스를 먼저 만들어 두는 게 필수이다. 파스타의 물을 따르고 나서(일부는 남겨 둔다.) 면을 소스가 있는 팬에 넣고 바로 섞어 소스를 묻힌다. 농도를 맞추기 위해 필요하면 남은 파스타 삶은 물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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